불고기란?
고기를 얇게 썰어 양념에 재운 뒤 불에 구워 먹는, 한국 요리 중 하나. 비빔밥, 냉면, 김치, 갈비와 함께 한국 요리를 대표하는 음식이다.
'불고기'라는 요리명의 발음은 [불고기]인데 이게 철자는 비슷하되 된소리가 들어간 [물꼬기]로 발음하는 '물고기'와 달라서 외국인 및 일부 한국인 화자들에게 혼동을 일으킨다. 이것은 '물고기'가 '물의 고기'로 풀이되는 반면 '불고기'는 '불의 고기'가 아니라 '불에 구운 고기'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중세 국어 시기에는 '의' 조사에 해당되는 요소로 'ㅅ'가 있었고(소위 사이시옷), 이것은 뒤 예사소리의 경음화를 일으킨다. [물ㅅ고기 → 물꼬기].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예외도 많지만 일반적으로 '의'가 들어가는 것으로 풀이되는 합성어에서는 뒤의 자음이 경음으로 발음되는 경우가 많다. (e.g. 손등[손뜽](손의 등), 손발[손발](손의 발 X, 손과 발)
2018년 경에 나온 새 학설로는 불고기가 평안도 (평양, 개성)지방의 사투리에서 나왔다는 것인데, 그러면 물고기와 불고기가 (바로 위의 "의"의미가 들어가 다르기 때문이라는 설은 차치하고) 구성 요소가 동일한데도 발음이 다른 이유가 설명된다. 평안도 지역에서는 불고기를 부르고기 비슷하게 발음한다고.
불고기 이름의 의미(역사)
'불에 구워먹는 고기'라는 뜻으로서의 불고기가 사료에 처음 등장하는 시기는 1922년 4월자 개벽 22호에 연재한 현진건의 타락자(墮落者)이다. 음식의 종류는 확실하지 않지만 단어 자체는 1930년대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말이다.[5] 또한 그 즈음 해당 메뉴는 평양의 명물로 자리잡은 것으로 보인다. 그 이름의 유래는 평안북도 정주 출신의 국어학자인 이기문 교수가 '불고기'는 광복 이전 평안도 방언에서만 쓰인 단어였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렇듯 일정하게 자연스럽게 쓰였던 것으로 추측된다. 다만 이것이 가리키는 음식이 항상 같은 것이었는지는 불분명하며, 현재는 불고기가 가리키는 말의 범위가 '프라이팬이나 뚝배기에 양념한 고기를 조리'해 먹는 쪽으로 축소되었는데 구워먹는 쪽은 고기구이/Korean BBQ라고 따로 불리우게 되었다. 외국 음식을 접하기 어려웠던 1990년대 이전에는 영어사전이나 영어 원문에서 등장하는 스테이크나 바비큐를 불고기로 번역하기도 하였다.
한 때 인조이재팬에서는 번역기 때문에 야키니쿠라고 쓰면 불고기로 번역되었으며 야키니쿠와 얽혀 떡밥 투성이의 싸움이 벌어질 때도 있었다. 일본에서는 고기를 굽는 요리 대부분을 야키니쿠라고 하기 때문. 하지만 어차피 일본의 야키니쿠는 재일교포를 통해 한국의 고기구이 문화가 전파된 것이기 때문에 야키니쿠집을 가 보면 냉면이나 김치, 상추 쌈, 비빔밥 등의 한국음식을 같이 파는 걸 볼 수 있다. 참고로 자칭 맛칼럼리스트인 교이쿠상황교익은 국어학자 김윤경의 이야기를 들어 불고기라는 단어가 야키니쿠의 번안어로 나왔다고 주장했다.이 이슈가 커지자 황교익은 1936년 이효석이 유경식보에 야키니쿠라는 단어를 쓰고 이 단어가 속되어서 마음에 걸린다, 라고 한 서술을 근거로 자신의 시작부터 틀린 근거로 시작한 주장을 보강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미 위에 서술했듯 해당 단어는 1922년부터 등장하므로, 최소한의 사료조사 없이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근거를 취사선택했다는 것이 드러나 빈축을 샀다.
한국어 관점에서의 불고기
일반인들은 불고기하면 일반적으로 매우 얇게 저민 쇠고기를 간장베이스 양념에 푹 재운뒤 각종 채소나 당면을 넣어 졸이듯 구워서 먹는 서울식 불고기를 떠올린다. 한류음식으로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불고기 역시 이 레시피의 불고기다. 그러나 "불+고기 = 불에 구운 고기"를 뜻하며 원래는 어지간한 양념고기구이(소금만으로 구운 것은 대개 소금구이라 함)가 곧 불고기이다. 지금은 어떠한 재료를 쓰는지는 중요하지 않고 어떤 양념(주로 간장베이스. 하지만 꼭 아니어도 된다)을 어떤 고기(육류)에 버무려 차분히 구워내면 대부분 불고기라는 칭호가 부여되고 있다.
예외가 있다면 갈비(불갈비) 정도인데 원료가 되는 고기에 통뼈가 붙느냐 안 붙느냐, 그리고 양념된 고기를 두껍게 구워먹느냐, 얇게 볶아먹느냐로도 구분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예외가 있는데 바로 닭갈비와 고갈비. 또한 삼겹살이 자체적 명성을 날리면서 입지가 조금 애매해졌는데 쭈삼(쭈꾸미삼겹살)불고기나 오삼(오징어삼겹살)불고기라는 용어가 여전히 쓰이고 있는 것으로 보아 아직은 불고기의 하위 영역에 들어가 있는 듯 하다.
아직까지는 간장으로 양념한 소불고기가 불고기의 대명사로 되어 있으며, 뒤늦게 등장한 고추장 혹은 고춧가루로 양념한 돼지불고기가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 이것 말고는 어지간하면 최근에 창조된 음식에서 비롯된 사례라고 보면 된다. 몇몇 업소에서는 수산물로 만든 불고기까지 출시하는 중(ex : 아구 불고기)이다.
또한 불고기가 한국적 고기맛의 대표가 되면서 "불고기맛 시즈닝(Bulgogi Seasoning), 일명 불고기맛" 이라는 것도 탄생했다. 혼합간장양념의 감칠맛을 극대화시킨 식품첨가물로 고기와 전혀 연관이 없는 어떠한 음식이라도 불고기양념맛을 내주는 마법의 가루인데, 주로 불고기맛 과자나 불고기맛 육가공식품(ex : 햄) 등에 들어간다. "국물에 미원 한 스푼"(라면스프 매직도 이것의 일종)처럼 이런 식품을 많이 먹다보면 특유의 감칠맛에 완전히 사로잡혀버릴 수도 있으므로 주의.
불고기 조리법(Recipe)
고기를 얇게 썬 후 두드리며 섬유를 끊어서 부드럽게 만든 후 잔칼질을 하여 배즙으로 잠시 재워 고기를 연하게 만들고 간장에 파, 마늘, 후추, 사이다 등을 넣은 조미액에 30분 정도 재워놓는다. 그 후 깨, 참기름 등을 넣어 버무린 뒤 재운 고기를 꺼내어 중불에 굽는 요리다. 보기에는 조리하기 쉬워 보이지만, 써는 것과 고기의 결이 안 맞으면 고유의 맛이 안 날 정도로 엄청나게 질기기에 자신 없으면 정육점에 맡기는 게 최선이며, 너무 오래 재우면 오히려 쓴맛이 나기 때문에 타이밍도 매우 중요하다. 돼지고기, 쇠고기가 많이 쓰이지만 오리고기를 사용할 때도 있다.
그 외에도 닭고기를 써서 만든 '닭불고기' 도 있다. 실제로 닭갈비라는 명칭이 널리 퍼지기 전에 춘천에선 닭불고기라는 명칭을 썼다. 닭갈비의 원조 집중 하나로 지목받는 모 가게의 상호에는 닭불고기라고 되어 있으며 실제로 철판이 아닌 숯불로 굽는다. 수요미식회에서 방영한 바에 따르면 오늘날 널리 퍼진 철판닭갈비보다는 이쪽이 원형이라는듯. 춘천 외에도 이런 식으로 구워먹는 '닭불고기', 혹은 '닭구이' 집이 다른 지방에 많이 있다. 좀 더 바리에이션이 넓어지면 고기가 아닌 복어나 오징어, 주꾸미, 낙지 같은 해산물들도 활용된다. 오삼불고기처럼 아예 합친 것도 있다.
직화로 굽지 않고 용기를 사용하며 배즙과 조미액, 육수 등으로 끓이듯 굽는 방식의 불고기가 있는데 이런 경우 완성된 요리를 보면 두루치기나 조림과 비슷한 형태가 된다. 아예 뚝배기불고기라는 이름으로 거의 끓이는 방식으로 국물 넉넉하게 만들어 밥과 함께 파는 것도 있다.
고기는 타 재료와 함께 양념해 재 둔 것을 쓴다. 조리할 때는 흔히 불고기판이라고 부르는 구멍이 뚫린 얇은 철이나 알루미늄판을 프레스 가공해 만든 둥근 판을 쓰는데(알루미늄에 황금색으로 코팅-아노다이징 가공-된 것이 흔하였다.) 가운데 부분은 반구형으로 올라오고 구멍이 많이 나 있다. 테두리 부분은 홈통 모양으로 둥글게 파여 있어 고기에서 흐르는 기름과 육즙이 고이게 되어 있다. (이 형태는 60년대에 한 발명가가 특허를 내었던 기록이 남아있다고.) 당면이나 채소는 불에 바로 올리면 쉽게 타므로 주로 이 국물에 담가 익힌다. 숯불 화로나 연탄 화로, 가스 화로에 판을 바로 얹어 익히긴 하지만, 구멍이 뚫린 방향이 비스듬하여 불길이 직접 고기에 닿지는 않고 뚫린 구멍으로 연기가 올라와 고기에 향을 더하는 정도다.
뜨거운 고기를 계란물에 적셔 먹는 방법도 있다. 뜨거운 고기를 계란물에 담그면 살짝 입힌 계란물이 즉시 익어버리기 때문에 입안이 데이는 것을 막는 것은 물론 특유의 풍미도 더해진다. 신선로와 궁중 불고기를 시키면 계란물을 같이 내어주기도 하는데, 잘 모르는 사람들은 멀쩡히 잘 익는 신선로에 계란물을 끼얹기도 한다.
불고기에 양념을 할 때 고기를 연하게 하기 위한 재료가 들어가는데 그 중에 가장 널리 쓰이는 것이 사이다이다. 실제로 외국 사이트에서 불고기 레시피를 보면 재료에 스프라이트나 7up이 적혀 있을 정도. 그 외에 연육제가 시판되고 있고, 키위나 파인애플 같은 과일도 강력한 연육 효과가 있다.
집밥 백선생 시즌 3에서 백종원이 액젓으로 양념하여 단시간 내에 깊은 맛을 내는 불고기 레시피를 선보인 바 있다.
불고기의 옛 조리법들
1958년 방신영의 '고등요리실습' 에는 너비아니에 대한 속칭을 '불고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궁중 황제 음식으로서의 불고기 이름은 너비아니. 이 너비아니는 서울을 중심으로 사용된 단어로 특정 요리에 대한 명칭으로 보는 경우가 있고 애초에 서울과 경상도 일부에만 사용되었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학술지에 실린 서울말 연구에 대한 학술지에서는 너비아니 또는 너비하니를 서울 사투리로 분류하는 경우가 있다. 너비아니나 설야적은 직화로 굽는다. 불 위에 구워먹는 고기류를 적(炙)이라고 하는데 이 한자를 보면 불(火) 위에 고기(肉)를 얹어놓은 모양임을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불고기다. 고구려의 음식으로서 중국에서 크게 인기를 끌었다고 하는 맥적이 불고기의 기원이라는 주장은 이런 종류의 불고기를 말하는 듯 하다.
옛 요리법으로 만든 불고기 중에서는 고기를 급속히 식혀서 식감을 높이는 방법이 자주 언급된다. 당시 사용하던 고체연료인 화목이나 숯 등은 특성상 화력을 조절하기 어렵고 따라서 잘 익히기 위해서는 중간에 냉각을 시키면서 겉이 타는 것을 막는 방법이 있어야 했다. 또한, 조선시대의 쇠고기는 대다수가 일을 하다가 늙은 소를 사용하여 고기가 지금의 쇠고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질겼다고 한다. 따라서 한국에서는 물에 담그는 방법이, 러시아나 중앙아시아 등지에서는 샤슐릭을 구울 때 물을 뿌려가며 굽는 등의 수냉식 방법이, 터키의 케밥이나 그리스의 기로스는 한쪽 면에서 열을 가해 돌려가는 식의 공냉식 방법이 사용되어 왔다. 조금 계통은 다르지만 중화요리에서 손으로 냄비를 움직여 조리 중인 음식을 뒤집는 것도 비슷한 원리이다.
고려시대의 대표적인 고기요리인 설야적의 경우 꼬치에 꿰어 양념해 석쇠에 구운 다음 찬물에 담가서 식히고 굽기를 3번 하고 양념을 다시 발라 구워먹었다고 전해지며 이를 응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설상가리는 갈비를 굽고 그걸 눈 내리는 바깥에 던져 급속히 식으면 먹었다고 한다. 이 방법을 상품화해서 빙수기로 곱게 간 얼음에 고기를 얹어 식혀먹는 고기집이 TV에 소개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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